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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8 산책길에서 만난 혼잣말 하는 할머니


<죽음 연습> 8. 노망에 대한 두려움


동네를 산책할 때면 여러 집 앞을 지나간다. 아담한 프랑스 집에는 저마다 자기 식으로 개성 있게 가꾼 정원이 있어, 이 정원들의 꽃, 나무, 풀을 곁눈질하며 걷는 것도 산책의 적지 않은 즐거움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낡고 허름해서 오히려 눈길을 끄는 집이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가 녹슨, 대문조차 없어 참으로 초라한 집이다. 하루는 그 집 앞을 지나는데 한 할머니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계셨다.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여러 날이 흘렀다. 산책에서 돌아오던 길에 다시 그 할머니와 마주쳤다. 할머니는 대문 밖에 나와 앉아 계셨다.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께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는 무표정하게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대신,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며 묻지도 않는 말을 꺼내며 횡설수설 말을 끝없이 이어갔다.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말을 그냥 무시하고, 그 곁을 서둘러 지나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날, 할머니와는 평범한 대화도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치매나 노망에 걸린 걸까?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아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할머니 혼자 낡고 허술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지나칠 때마다 그 집을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 그날, 할머니와는 평범한 대화도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치매나 노망에 걸린 걸까? 할머니 혼자 낡고 허술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러웠다.     © 이경신


죽는 것보다 두려운 ‘노망’
 
나이가 들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죽음의 순간까지 또렷한 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죽음의 공포에 죽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을 더한다. 노인들은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노망, 치매라고 말한다. 이처럼 노인들이 정신 줄을 놓을까 불안해하는 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통계를 보자. 전 세계에서 3천 5백 6십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치매로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 70%는 ‘알츠하이머(Alzheimer)’ 환자란다.
 
그렇다면 도대체 알츠하이머는 어떤 질병인가? 연구자들에 의하면, 알츠하이머는 두뇌퇴행질환인데, 노화 침착물과 신경구조 단백질의 변형으로 인한 뇌손상이 그 특징이다. 신경독성단백질이 쌓여서 두뇌신경 단백질을 변형시키고 두뇌를 퇴행시켜 죽음을 야기한다.
 
이 병은 대개 8년에서 10년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본다. 병이 진행되는 동안, 기억력이 약화되고 인지능력이 퇴행하고 행동장애를 가져온다. 따라서 자율성을 상실하고 노망에 이르며 결국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8년 반으로 본다. 증상이 처음 나타나서 알츠하이머로 진단이 내려지기까지 대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 알츠하이머로 고통 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알츠하이머 환자의 74%는 80세 이상의 노인이고, 90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환자의 40%에 해당된다. 알츠하이머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대가로 얻은 ‘노년의 병’이라고 요약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장수하면 할수록 노망으로 삶을 마감하게 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는 것 같다. 죽기 전 10여년의 세월동안 뇌기능을 점차적으로 잃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고통일 것이다. 잘 늙고 잘 죽어가는 것에 대한 소망이 노망의 위협 앞에서 무력해지는 느낌이다.(이하 생략)


아래 <일다> 지면에서 계속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341&section=sc71&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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