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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7 어머니의 한복으로 만든 찻잔받침


<죽음 연습> 7.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덜어내는 법


연말에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대학후배가 보내온 것이었다. 편지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그 고통을 함께 지켜보는 사람의 힘겨움이 담겨 있었다. 죽음이 우리 곁에서 소중한 사람을 데려갈 때, 감정의 동요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분명한 것은 죽음이 우리에게 안겨준 상실의 깊은 수렁을 서둘러 빠져 나오기는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간의 힘을 빌려 가까운 이의 죽음을 수용할 힘과 지혜를 얻는다. 그렇다면 다들 어떻게 그 슬픔을 견뎌냈을까? 죽은 사람의 공간을 한동안 보존하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회고하며 글을 써 보기도 하고…. 방법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죽은 이들이 남긴 물건들, 반지 칼 옷장…
 
지금껏 나도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여럿 잃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 슬픔을 어떻게 삭혀냈었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선 유품에 기댔던 것 같다. 죽은 자가 남긴 물건으로 내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 난 할머니와 부모님이 내 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몇 가지 유품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반지, 휴대용 칼, 옷장이 그렇다.
 
할머니의 반지와 어머니의 반지는 책상 서랍 깊숙이 감춰놓았다. 할머니의 반지도, 어머니 반지도 대단히 값나가는 것들은 아니지만, 두 분이 생전에 즐겨 끼면서 소중히 여겼던 터라, 내게는 그 반지들이 두 사람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또 휴대용 맥가이버 칼은 아버지가 동료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왔을 때 사가지고 온 칼이다. 아버지께는 첫 유럽여행 기념품인 셈이다.
 
사실, 아버지가 이 칼을 즐겨 사용하셨던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서랍 한 귀퉁이에서 이 칼을 발견하고, 나는 동생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가졌다. 그때부터 이 휴대용 다용도 칼은 내 필수품이 되었다. 이 칼은 평소에도 요긴하지만, 집을 떠나 길을 나설 때도 유용하다. 풀밭에서 민들레를 자를 때나 기차 안에서 사과를 먹을 때만이 아니라, 불현듯 뭔가 만들고 싶을 때도 이 칼을 꺼내면 된다.
 

▲ 어머니의 한복을 보관해오다가 수년 전 조각보를 만드는 친구에게 건넸더니, 예쁜 찻잔 받침을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 이경신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삼층장과 자개장 한쪽을 내 옷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란히 서 있지만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구식 옷장들은 내 평생의 옷장이 될 것이다. 삼층장은 어머니가 신혼살림으로 마련해 오신 것이다. 합판으로 만들어져 허술하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한 장이지만, 나는 내 나이보다 오래된 그 장이 항상 마음에 들었다. 어머니의 결혼생활을 신혼 때부터 줄곧 가까이서 지켜본 유일한 증인이 아닌가!
 
삼층장을 내게 물려달라고 졸랐을 때 어머니가 빙긋 미소 지었던 기억이 난다.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흠집이 생겨 새색시 같았던 삼층장의 꼴이 참으로 초라해졌다.(이하 생략)


아래 <일다> 지면에서 계속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317&section=sc71&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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