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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3 오래된 도시에서의 배회


<죽음 연습>4. 놀이가 된 죽음

▲ 스코틀랜드의 에딘버그 성 풍경. 이 도시 곳곳에는 죽음의 역사가 깊이 배여 있었다.     © 이경신

잔뜩 찌푸린 하늘, 물기를 머금은 대기, 우산을 내치는 바람. 이른 아침, 온 몸을 비옷으로 감싸고 호텔을 나섰다.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일까? 긴 세월을 견뎌낸 건물들의 짙은 검은 빛과 벽 위 군데군데 자리 잡은 이끼의 선명한 녹색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눈길을 끈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생생한 이미지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낯선 도시, 그 도시의 옛 중심가 거리는 어둡고 비좁은 골목길들로, 미끄러운 작은 계단들로 이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도착한 스코틀랜드의 에딘버그, 이 도시를 배회하며 다닌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이끼 낀 낡은 건축물, 건물들 사이의 어둠침침한 골목길, 음산한 지하 감옥, 오래된 묘지 속의 쓰러진 비석들과 버려진 무덤,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잔해가 만든 폐허 등,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도시의 스산하고 음산한 아름다움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햇살이 났다 바람이 불었다 비를 뿌렸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이런 독특한 도시 분위기를 더해 준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죽음의 옛 이야기로 가득한 도시
 
도시 곳곳에는 죽음의 역사가 깊이 배어 있었다. 도시가 우리에게 전하는 섬찟한 죽음의 이야기들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에서 우리를 더 전율케 한다.
 
우리는 여름철 더위를 식히려고 공포를 찾기도 한다. 공포소설, 공포영화, 공포 테마 놀이동산에 등장하는 드라큘라, 유령, 좀비, 마녀 등 무섭고 기괴한 존재들은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체온을 내려준다. 이때 우리가 경험하는 두려움은 죽음과 관련한 우리의 상상이 낳은 공포이다.
 
하지만 이 도시의 구시가를 걸으며 만나는 공포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한다. 에딘버그의 성을 방문해 지하 감옥을 들여다보거나 우물가를 지날 때, 구시가의 골목길, 다리 밑을 걸을 때, 홀리루드 공원((Horyrood Park)의 폐허를 맞닥뜨릴 때, 박물관을 관람할 때조차,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음으로 내몰린 끔직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힘없는 여성들을 겨냥한 마녀사냥, 잉글랜드의 국교도에 맞서 장로주의를 지지한 스코틀랜드 서약자들(covenanters)의 대학살, 공중보건이 미비한 도시의 비위생적인 삶이 퍼뜨린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의 창궐 등.
 
여성억압,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박해, 도시의 전염병처럼 과거사 속에 실재한 비극적인 집단적 죽음에 자살과 살인과 같은 개개인의 불행한 죽음이 더해져 도시에는 죽음의 옛 이야기들, 허구가 아닌 진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이 끔찍한 진짜 이야기들이 어두운 도시의 분위기를 더더욱 침울하고 음산하도록 만든다.(이하 생략)


아래 <일다> 지면에서 계속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212&section=sc71&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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