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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9 노년의 고통은 '힘'이 될 수 있을까


<죽음연습> 11. 나이듦을 바라보는 시선


나는, 늙고 있다 

“노년의 고통을 느껴야 하는 운명의 순간까지 질질 끌려온 것 같다. 나는 거울 속에서 쭈글쭈글한 할망구의 얼굴을 본다. 결국 이렇게 늙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짜증스러운 병, 고통,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 흉한 모습으로만 가득한 노년의 여정을 밟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 -미셸 스파이더 <죽음을 그리다>(아고라, 2006)
 
하루에 두 번 정도 거울을 볼까? 세수할 때나 잠깐 거울 앞에 서 있으니, 내 얼굴을 바라볼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안경을 벗으면 거울 앞에 서 본들, 도무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얼굴은 안개에 가린 듯 뿌옇게 흐려져 있다. 윗글을 쓴 여성처럼 노년의 고통을 체감할 정도로 늙지도 않았지만,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짬이 없어 그 고통이 더 적을 수도 있겠다.
 
어쩌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때면, 주름이 전보다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주름만 많아진 것은 아니다. 잡티, 점, 주근깨, 기미도 얼굴 표면 여기저기에 거무스름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더 지쳐 보인다. 몇 년 전부터 가까운 사람들이 내게 기미와 잡티 좀 제거하라며 성화다. 내 눈에도 날로 얼룩덜룩해지는 얼굴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부터는 바닥을 쓸 때마다 검은 머리카락들 틈에 흰 머리카락 한 두 가닥 정도가 눈에 띈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진한 밤색이나 검정색으로 머리염색을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좀 더 생기 있어 보이려면 머리카락에 검은 물도 들이고 점과 기미도 제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요즘은 불안이나 근심, 불쾌감에 사로잡힐 때가 더 많아졌다. 몸의 통증도 그 범위가 넓어지고 더 빈번해지고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건망증도 부쩍 잦아졌다. 나도 분명 늙고 있는 것이다.
 
늙음을 부정하는 우리들
 
늙음은 피하고 싶은 고통일까? 아니면 지혜를 퍼 올릴 수 있는 힘일까? 나도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노년은 내게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어릴 때부터 죽는 것만큼이나 나이 드는 것이 궁금했다. 노년은 하루 중 늦은 오후, 저녁을 거쳐 깊은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들뜬 대지가 서서히 식어서 서늘해지듯, 노년도 차분히 가라앉는 나이처럼 여겨졌다. 주변이 완전히 어둑해지기 전, 하늘은 붉은 빛으로 눈부시게 물이 든다. 늙음도 그처럼 황홀한 빛을 발하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늙음은 내 어린 시절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늙음은 끊임없이 부정된다. 나의 가족들, 친구들, 주변의 이웃은 조금이라도 덜 늙고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애쓴다. 주름을 펴주고 피부의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화장품이나 마사지를 찾아 바쁘다. 젊어 보이는 외모를 위해서라면 점 등 잡티제거는 필수다. 몸매관리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성형을 해서라도 젊어 보일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택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젊어 보이려는 노력에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겉보기에 젊어 보이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젊어 보이려는 욕망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끊임없이 젊음을 갈망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늙고 있는 나, 늙어버린 나는 이 사회의 부끄러움인 것만 같다.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늙음은 드러내서도 안 되고, 꽁꽁 감춰야 하는 무엇인 걸까?
 
앨리스 워커는 자신의 소설 <새로운 나여, 안녕>에서 케이트의 입을 빌어 말한다.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은 삶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반문한다. 젊어 보이려 한다는 것은 세월이 안겨준 것을 부정하는 것인 만큼 인생의 일부를 잃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이하 생략)


아래 <일다> 지면에서 계속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367&section=sc71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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