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020. 6. 1. 18:31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1880-1918)] 과학기술의 발달과 문화의 변화를 통해 보는 시공개념

스티븐 컨(Stephen Kern)의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휴머니스트, 2004)]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사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원제는 The Culture of Time and Space이고 1983년 미국 하버드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 책이다. 

한국에서 번역된 데만에도 긴 세월이 소요되었는데, 이 책이 번역된 때를 고려한다면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제법 오래된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1880년부터 1918년, 즉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의 시기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급변에서 드러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경험방식의 변화를 다룬다. 사실상 이때부터 자리잡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오늘날 우리 생각 속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은 1부 시간, 2부 공간으로 크게 나눠져 있고, 1부 시간은 다시 5장으로 나눠진다. 각 장은 시간의 성질, 과거, 현재, 미래, 속도를 다룬다.

2부 공간은 6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공간의 성질, 형상, 거리, 방향, 위기의 시간성, 입체파 전쟁을 다룬다. 

 

시간의 개념은 개인적으로 석사과정을 하는 동안 베르그송과 바슐라르 시간개념을 연구한 적이 있어 이 책에서 문화사적 관점에서 다룬 시간 개념이 당시 내가 철학적 연구에서 다룬 시간 개념과 만나 더 구체적이고 풍성해짐을 느꼈다. 

 

19세기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측면과 변화된 측면을 비교해서 살펴본다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대한 사색을 확장시켜 주리라 본다. 

 

<발췌 노트> 생각해 볼 것

"가장 대표적으로 베르그송은 1896년에 "바야흐로 지각 속에 기억을 복귀시킬 때가 왔다."고 언명하였다. 윌리엄 제임스는 예전에도 과거의 존속방식에 대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자신의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돌파구인 것처럼 제시했다. 후설은 자신의 현상학적인 방법이 기억을 비롯한 모든 철학적 물음에 새로운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들 모두는 어떤 순간이든 반드시 앞선 것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다고 가정했으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음악의 선율을 들을 수도, 자기 정체성을 유지할 수도 없으며, 아예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2장 '과거' 중에서)

 

"베르그송의 과거는 현재를 갉아먹고 제임스의 과거는 현재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후설의 과거는 현재에 달라붙어 있었다."(2장 '과거' 중에서)

 

"중국 문화에서도 공간은 세계를 떠도는 하나의 길이다."(6장 공간의 성질 중에서)

 

"공간은 관점, 생각, 감정 등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공간 안의 사물들이 시간 속에서 부단히 변하는 과정을 함께 겪는다."

(6장 공간의 성질 중에서)

 

"인식을 위해 다양한 관점과 정서적 해석을 이용하라."(니체의 말 재인용, 6장 공간의 성질 중에서)

 

"19세기에 공산품이 홍수처럼 밀려들자 유럽인들은 공간의 품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각종 장식물과 기념품, 새장, 수족관, 화려한 액자들, 소조품, 휘장, 덕지덕지 장식한 가구 등 온갖 잡동사니들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실내 공간이 텅 비어 있는 것은 곧 미완성이나 결핍을 의미했다."(6장 공간의 성질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프루스트의 기억이 그러하듯이, 어떤 기억이 강렬하게 떠올랐다는 것은 바로 그 기억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말해 준다. 이전 생활의 인상들은 멀리 떨어진 것일수록 더 고착되고 더 이상화되었다."(11장 입체파 전쟁 중에서)

 

"현재에의 고착은 죽음이 임박해오는 것에 대한 하나의 반응" (11장 입체파 전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