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10>

브르타뉴의 많은 도시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재를 이용해 관광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문화재는 성이나 성당 같은 기념비적인 건축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르타뉴의 특색 있는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축제나 브르타뉴 특유의 종교 의식 등의 무형문화 유산들도 관광 수익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켈트 음악무용 축제와 ‘파르동’(Pardon: 용서)과 같은 종교 의식을 구경하러 온다.
 
그러나 내가 살고 렌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과거의 대단한 문화 유산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브르타뉴 지방에 비해 지역적 특성을 내보이는 문화 축제도 없는 렌은 관광도시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독특한 브르타뉴 지방의 수도 이야기
 
현재 브르타뉴 지방의 중심지는 렌이다. 그러나 항상 렌이 브르타뉴의 중심지였던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브르타뉴는 한 도시에 정치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를 만들지 않고 여러 도시들이 돌아가며 그 역할을 담당했다. 이 도시들은 공작령으로서 브르타뉴 남쪽이나 동쪽에 주로 위치해 있었다. 디낭, 낭트, 플로에르멜, 러동, 렌, 비트레, 반느, 게랑드 같은 도시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가운데서 행정과 사법은 봉건적 방식에 따라 반느-낭트-렌의 삼각구도 속에서 이루어졌고, 입법은 거의 모든 브르타뉴 도시에서 담당했다.
 
브르타뉴에 현대적인 의미의 진정한 행정 수도가 탄생한 것은 8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199년까지 브르타뉴의 대주교가 머물렀던 ‘돌’(Dol)이 브르타뉴의 수도 역할을 했다. 그 후 여러 도시가 돌아가며 행적적인 정부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가장 많이 수도 역할을 담당한 도시는 ‘반느’(Vannes)였다.
 
15세기에 들어 브르타뉴 통치자인 공작이 낭트에 주거를 목적으로 성을 세우면서, 그가 거주한 ‘낭트’(Nantes)가 수도 역할을 하게 된다. 낭트에 대성당이 건립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지금도 낭트에는 그때 세워진 대성당과 공작이 생활했던 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16세기 브르타뉴가 프랑스에 병합된 이후, 낭트는 렌에게 정치적 우위를 내주게 된다. 그 이유는 렌이 낭트보다 파리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 중앙 정부와 소통이 더 수월한 지리적인 위치가 오늘날 렌의 위상을 만들어 놓았다.
 
그 뒤 1972년, 낭트가 속해 있는 ‘루와르-아틀랑티크’ 지역은 브르타뉴에서 다른 행정구역으로 분리된다. 하지만 낭트가 행정적으로 브르타뉴에서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브르타뉴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낭트는 브르타뉴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러 오는 관광객으로 넘친다. 이와 반대로 렌은 현재 브르타뉴의 수도라 하지만, 낭트에 비해 변변한 관광거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렌에는 낭트처럼 화려한 공작성은커녕, 조금만 요새성 하나 없고 대성당도 낭트에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렌은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렌이 선택한 것은 문화예술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매우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1년 내내 전개되고 있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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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9>

일 년에 한 번, 마을마다 벼룩시장이 열리다
 

▲ 벼룩시장이 열리던 날,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정인진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자 벼룩시장이 열리는 동네가 늘기 시작했다. 겨우내 조용했던 마을의 골목마다 창고 안에 처박혀 있던 해묵은 물건들이 펼쳐지고, 주민들은 음료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늦은 봄이나 바캉스가 지난 가을이면, 이곳 브르타뉴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다.
 
렌에서는 작은 단위의 마을마다 돌아가며 벼룩시장이 열린다. 벼룩시장은 한 해에 한 번, 마을잔치를 대신하는 것 같다. 일 년 중 한 차례 정도, 그것도 매년 비슷한 시기, 일요일에 날이 잡힌다는 건 여기서 일 년을 사니,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벼룩시장이 브르타뉴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는 벼룩시장의 장소와 날짜를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http://vide-greniers.org)도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지역과 날짜, 구체적인 장소를 지도와 함께 검색할 수 있다.
 
이런 벼룩시장이 몇 주 전, 우리 동네 클뢰네에서도 열렸다. 이 동네의 지역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에 다른 어떤 마을의 벼룩시장보다 관심이 갔다.
 
나는 우리 동네 벼룩시장은 만사 제치고 꼭 나가볼 생각이었다. 울타리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낮은 담장 너머, 늘 감탄하며 바라봤던 꽃들의 주인들이 누군지 볼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라벤더를 흐드러지게 키우는 집의 주인이 궁금했고, 봄마다 마당 가득 수선화가 피어있는 이웃에는 다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동네보다 설레며,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을 기다렸다. 마침,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벼룩시장이 펼쳐지는 거리는 활기로 넘쳤다.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브르타뉴에서 이 정도라면 충분히 벼룩시장 하기에 좋은 날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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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4>

렌의 도심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프랑스의 어느 지역에서도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큰 규모의 장이 서는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정말 놀랐다. 프랑스에서 첫 번째로 큰 장이 어디서 열리는지는 모르지만, 렌의 관광안내 책자에 소개된 바로는 이 토요시장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장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장의 규모와 크기가 엄청나기는 하니, 몇 번째로는 꼽힐 만하겠다.
 
맛있는 유기농음식들이 가득한 렌의 토요시장
 

▲ 렌 시내에서 열리는 토요시장 풍경     © 정인진

 
렌의 토요시장은 규모보다 농업과 목축으로 유명한 브르타뉴답게 먹음직스러운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유제품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는 게 매력이다. 무엇보다 이 장에는 가까운 주변 마을에서 생산된 싱싱한 농산물로 가득하다. 근처 농장에서 생산된 치즈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은 물론, 생선들조차 근해에서 잡아 온 것들이다. 또 사과로 유명한 지역답게 이름도 생소한 품종의 다양한 사과들이 광주리마다 매우 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또 농장에서 만든 사과주와 사과주스들도 가판대마다 가득 담겨 있다.

 
브르타뉴는 프랑스에서 농업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프랑스에서 품질 높다고 평가되는 고기와 우유, 야채들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농업에 기반을 둔 지역인 만큼 옛날에는 가난을 면치 못하고 근근이 살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1960년대 농업혁명 이후, 농업 시스템을 근대화하면서 생산력의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가금류와 돼지의 집중적인 사육은 브르타뉴를 프랑스에서 첫 번째 농업지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돼지고기는 프랑스에서 55%가 생산되고 있고, 가금류의 45%, 우유의 25%가 이 지역에서 제공된다. 그러나 이런 집중적인 가축사육은 물을 심각하게 오염시켰고 화학비료의 지나친 사용으로 토양도 심하게 오염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브르타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자연농업을 지향하는 농부들에 의해 유기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옛날 방식으로 초원에서 가축을 사육하거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야채를 키우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기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면서 유기농업은 더욱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 만큼, 렌의 토요시장에서는 유기농산물을 파는 상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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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2>
▲ 차들의 진입이 금지된 렌 시청앞 광장 모습     © 정인진


변덕스러운 프랑스의 날씨, 배낭은 ‘필수품’

 
볕이 따뜻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 제법 쌀쌀했다. 점퍼깃을 채우고, 혹시 나 하면서 챙긴 면스카프를 가방에서 꺼내 목에 둘둘 마니 훨씬 적당하다. 여전히 그늘을 지날 때는 좀 춥다는 느낌이다.
 
프랑스에서 오래 살아보았지만, 여전히 날씨에는 적응이 안된다. 브르타뉴도 예외는 아니어서 얇은 스웨터나 스카프 같은 걸 챙겨 다니며, 입다가 다시 벗기를 반복하며 산다. 그래서 여기서는 늘 배낭에 비옷이나 스카프, 스웨터 같은 것들을 챙겨 다닌다.
 
물론, 이 배낭은 뭔가 챙겨 나올 때만 쓰는 것은 아니다. 입고 나온 점퍼나 스카프 같은 걸 풀러 놓을 때도 꼭 필요하다. 아침에 쌀쌀했다고 해서 낮에도 같은 날씨는 아니다. 다시 볕이 나서 엄청 더워지기도 하고, 또 언제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릴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옷을 입었다 벗었다,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다녀야 한다.
 
이렇게 준비를 했다면, 걸어다니는 건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렌 (Rennes)을 탐방할 계획이다. 렌에는 약 20km씩, 남북으로 나뉘어 도시를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이 마련되어 있다. 오늘은 그중 북쪽 둘레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에도 볼일을 보러 시내를 갈 때 주로 걷는 편이니, 이런 둘레길 걷는 걸 놓칠 수는 없다. 지난 달에는 남쪽 둘레길을 걸었고, 오늘은 그 북쪽에 있는 길을 걸어볼 생각이다. 이렇게 걷기 좋은 복장으로 차려입고 지도까지 들고 길을 나서니, 마치 관광객이 된 기분이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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