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진 어린이 철학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8.18 나는 다 컸어요!
  2. 2014.08.13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도 될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 5. 우리가 다 컸다는 걸 어른들께 보여드려요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은 초등 1, 2학년의 아주 어린 아이들과만 해왔다. 큰 아이들에게 이 공부는 유치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한 학부모와 통화 중에, “우리 아이가 너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서 안타까워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독립심>과 관련한 공부를 몇 차례 해보겠습니다. 그것이 아이가 생활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했다. 그리고 5학년인 세영, 형철, 광진, 지원이와 <나는 다 컸어요!>를 공부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스스로 못하고 엄마가 챙겨주어야만 하는 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아이들은 자기 방 정리, 교과 공부, 가방 챙기기, 숙제하기, 컴퓨터 시간조절, 시험기간에 공부하기 등을 발표했다. ‘자기 방 정리와 청소’를 네 아이 모두 고른 것이 눈에 띈다. 또 대부분 공부나 학교생활에 관련된 것을 스스로 못한다고 했다. 그건 꼭 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다, 어른들이 공부와 관련해 아이들 스스로 챙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이어서 <그것들 가운데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건 없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도 써 봅시다> 라고 질문했다.
 
이 물음에 세영이는 ‘교과 공부’를 골랐다. 그러면서 공부는 누가 머릿속에 지식을 저장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학습하여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하면 성적도 오르고 성취감도 생긴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형철이와 지원이는 ‘숙제하기’를 골랐다. 모두 자신이 스스로 해야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더해가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엄마로부터 잔소리를 안 들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고 덧붙였다.
 
광진이는 ‘시험기간에 공부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유를 제시했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시킬 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너무 늦어) 공부를 별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해) 공부를 (시작)하면 더욱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다.
 
위의 밑줄 친 문장들은 광진이가 발표한 걸 그대로 적은 것이다. 괄호는 내가 보충한 것인데, 이런 단어가 보충되면 전달하려는 내용이 더욱 분명해진다. 의견을 쓰고 나서 아이들 스스로 검토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읽으면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잘 표현되었나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눈에 띄는 몇몇 단어만 수정, 또는 보충해도 의미가 더 분명해지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넘어가자. <이런 것들을 스스로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결의 실마리도 찾아봅시다.>
 
세영이가 ‘교과 공부’를 스스로 못하는 것은, 자기가 방 정리를 하지 않아 문제집을 어디에 두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방 정리를 잘 못하는 원인으로는 끈기가 없어 방 정리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걸 꼽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결책을 내왔다. “모든 일을 할 땐 끈기 있게 한다. 일주일씩, 이주일씩, 한 달씩 이렇게 조금씩 기간을 늘려서 끈기를 키우며 방 정리를 열심히 한다.”
 
형철이는 너무 놀려고만 해서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거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쉬는 시간 틈틈이 숙제를 하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원이도 형철이처럼 ‘숙제하기’를 골랐는데, 숙제를 잘 못하는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았다. 그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서’ 숙제를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방 밖에 두고 방에서 숙제를 다 할 때까지 (스스로를) 못나오게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광진이가 시험 기간에 공부를 스스로 못하는 것은 TV를 많이 보고 논 것이 원인이란다. 그는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보다는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또 공부할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놀지 않고 과목마다 시험지 5장식 풀어야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네 어린이 모두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들의 원인과 해결책을 잘 찾았다. 나는 이때 아이들에게 다음 말을 잊지 않고 해준다.
 
<지금 생각한 걸 공부로만 끝내지 말고, 여러분이 제시한 해결책에 맞춰 꼭 해보세요. 그렇게 해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잘 찾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해결책을 잘못 제시했다고 포기해서는 안돼요. “어, 이게 아니었네!”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다시 시도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좋은 해결방법을 꼭 찾게 될 거예요.>
 
이제, 네 번째 문제다. <여러분은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여러분을 아직도 작은 어린이로 취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과연 언제인가요?> 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TV에서 15세나 17세 표시가 나오면 보지 말라고 하실 때
2)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넌 들어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실 때, 또는 내가 물어보면 ‘넌 몰라도 돼’ 하실 때
3) 아빠와 캐치볼이나 공놀이를 할 때, 어리다며 약한 수준으로 공을 주신다.
4) 엄마가 나 혼자 내 일을 할 수 있는데 ‘책가방 싸!’, ‘공부해!’ 하며 계속 챙기신다.
5) 옷은 혼자 입을 수 있는데, 계속 엄마가 챙겨주신다.
6) 혼자 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 계속 말해 주신다.
7) 약속장소를 까먹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알려주신다.
8) 멀리 가셨거나 늦게 오실 때 알아서 잘 수 있는데, 전화하셔서 자라고 하신다.

 
아이들의 발표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아이의 순진함이 느껴지는 의견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그렇다면, 그런 어른들에게 여러분이 다 컸다는 걸 어떻게 보여드리겠습니까? 위에서 제시한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예를 들어 자세하게 써 보세요.>
 
세영이는 ‘TV에서 15세나 17세 표시가 나오면 보지 말라고 하실 때’를 골랐다. 그리고 ‘방 정리, 숙제, 등을 내가 스스로 한다면 부모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다 컸구나 하고 느끼시면서 보게 해 주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형철이는 ‘아빠와 캐치볼이나 공놀이를 할 때, 어리다며 약한 수준으로 공을 주신다’를 골랐다. 그런 아빠한테 형철이는 강력한 슛을 날려드려 자기가 다 컸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 광진이는 ‘혼자 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 계속 말해 주신다’를 선택했다. 시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해 드린다고 대답했다.
 
지원이는 ‘약속장소를 까먹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알려 주신다’를 골랐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덧붙였다. “약속장소를 정한 뒤 다시 알려주지 말라고 한다. 까먹었을 때는 내가 전화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겠다고 말씀드린다.”
 
고학년생들과 <나는 다 컸어요!>를 공부해 보니, 어린 꼬마들과는 또 다른 아이들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내게도 신선했다. 함께 공부한 아이들도 이런 걸 고민해 본 것이 도움이 되는 눈치다. 앞으로는 학년에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들과 이 공부를 해야겠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26&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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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3. <바바야가 할머니>를 중심으로
 
▲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오늘은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자. 편견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쁘게 생각하거나,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어른들 중에는 편견에 젖어 거짓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른들 틈에서 편견에 젖은 어른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그대로 내면화하는 어린이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편견에 물들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제로 아이들과 공부하고 있다.

 
나는 이 공부를 위해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시공주니어)를 텍스트로 골랐다. 바바야가는 아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상냥한 마녀다. 그러나 바바야가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아기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마녀로 소문나 있었다.
 
6학년인 형진, 찬이, 해빈이의 의견을 예로 뽑았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이 아주 좋아서, 될수록 발표한 원문을 그대로 싣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으로 <바바야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괴로워했습니다. 여러분이 바바야가였다면 어떤 마음이었겠습니까?> 물었다.
 
물론, 기분 좋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없다. 이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형진이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를 욕하는 건 너무 짜증날 것 같다고 했다. 해빈이 역시 바바야가 할머니처럼 괴롭고 억울했을 것이라면서, 자기 같으면 너무 억울해서 마을 사람들을 해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 <이 동화 속의 사람들처럼 누군가의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린 적은 없었나요?> 각자의 경험을 발표해보도록 했다.
 
*찬이: 우리 학교에 박지환이라는 애가 전학을 왔다. 내가 학원친구한테 물어보았더니, 박지환은 전 학교에서 왕따였고 성격도 더럽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사귀어보니 좋은 아이였다.
 
*형진: 쉬는 시간에 남자애들이 모여서 수군거렸다. 우리 반의 어떤 남자애가 장애인이고 그 아이는 정신이 10년 동안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에게 소문을 많이 냈다. 다음날 쉬는 시간에 그 아이에게 가서 물어보았더니, 작년에 시험을 너무 잘 봤다고 했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해빈: 엄마가 어느 애하고 놀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가서 말을 걸어보니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엄마 몰래 같이 놀았던 적이 있다.
 
해빈이 의견에서는 어머니가 왜 그 아이와 놀지 말라고 했는지 이유가 소개되어야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 몰래 노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어머니께 그 아이가 어머니가 아는 것과는 다른 아이라는 것도 알려드린다면 더 좋겠다.
 
아이들의 의견처럼,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분명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은 또래들 사이에도 존재하고, 어른들을 통해서도 주입된다는 걸 해빈이의 의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문제는, 이렇게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편견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동화에서처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쁘게,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이때 예를 간단하게 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집의 아이들은 공부를 못해!’와, ‘부모가 교사인 집의 아이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가 바르다’를 예로 제시했다. 예문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말해주면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주면 아이들이 쉽게 자기 생각을 발표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얼굴 잘생긴 애들은 잘난 척을 한다.
2) 막내는 누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3) 집안일을 여자가 해야 한다.
4) 초등학생이라고 (혼자) 시내나 바깥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
5) 엄친아는 싸가지가 없다.

 
사실 4)번의 의견은 편견의 예로는 적당하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편견의 예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답을 정확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 예를 생각해본다면, 살면서 편견인지 아닌지를 더 잘 구분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한편, 이 동화에서 마을사람들은 결국 바바야가는 마음씨 좋은 마녀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한 할머니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야! 마음으로 느껴야 해!”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네 번째 질문이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마음가짐은 중요한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발표해 봅시다.>

 
*찬이: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 말고 속마음을 보고 판단해라. (이 생각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외모가 이상하다고 해도 속마음은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진: 사람은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 등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중요한 생각이다.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면 중요한 인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빈: 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는 것은 나쁘다. (중요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남을 잘 모르고서 욕을 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좀 창피하다.)
 
난 이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른들이 하는 말 속에도 편견에 물든 생각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그러니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무조건 옳다고 따르기보다, 그것이 좋은 생각인지 아닌지 여러분이 스스로 잘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섣불리 판단을 내렸다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특히, 직접 사귀어보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어! 그랬다가는 좋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우리는 어떤 마음자세가 필요할까요?>
 
이것이 마지막 문제다. 아이들은 이 질문에도 대답을 척척 잘한다.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그 사람의 능력
2)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3) 예의가 있는가?
4) 봉사정신이 좋은가?
5) 속마음이 좋은가?
6) 어울리는 친구들
7) 선생님한테 많이 혼나는지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다. 남들이 하는 편견어린 말을 듣고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을 가지고 평가를 내리고,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이 배웠길 바란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09&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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