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철학프로그램'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9.09 왜, 나와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요!
  2. 2014.08.19 결정은 내가 내려요!
  3. 2014.08.18 나는 다 컸어요!
  4. 2014.08.13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도 될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9. 함께 사는 세상①


배너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오늘은 특히 노인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은 이 프로그램을 위한 예문이다.
 
<태훈이는 버스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즐겁게 스케이트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한 정류장에 다다랐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버스에 올랐고, 조금 시간이 걸리는가 싶더니 한 할머니께서 힘겹게 버스 계단을 올라오셨습니다. 이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운전기사는 할머니에게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노인이 집에나 계시지 왜 나와서 이렇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요!”

그러면서 운전기사는 버스를 거칠게 확 출발시켰습니다. 그 바람에 할머니는 휘청하다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쓰러질 뻔한 몸을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또 버스에 타고 있던 어른들 그 누구도 운전기사를 꾸짖지 않았습니다. 태훈이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잘못했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했을 뿐 겉으로는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몇 년 전 태훈이가 직접 경험한 사건을 가지고 만든 예문이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노인이나 장애인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는커녕,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수업을 통해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아이들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오늘은 현준, 성원, 지훈이의 의견을 예로 소개할 것이다.
 
첫 문제로는 <운전기사 아저씨는 거동이 느린 할머니께 심한 말을 하고, 할머니께서 자칫 다치실 수도 있게 행동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과연 잘한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하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잘했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물론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자세히 밝혀 쓰는 것이다.
 
현준, 성원, 지훈이도 운전기사 아저씨가 잘못했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현준이는 “할머니께 심한 말을 하면 할머니께서 화가 나고 거칠게 버스를 확 출발하면 할머니께서 다칠 수 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성원이는 “할머니가 크게 다칠 수 있고, 할머니에게 예의 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예의 바르게 할머니가 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둘 다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밝혀 참 잘 썼다.
 
그에 비해 지훈이는 “할머니는 나이가 많은데, 그렇게 심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대답했는데, 왜 나이 많은 할머니께 심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를 위 아이들처럼 좀 더 자세하게 쓰면 좋겠다.
 
두 번째 문제로 넘어가자. <운전기사 아저씨는 ‘노인은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밖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좀더 적극적으로 배타적인 태도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지훈이는 노인들이 “밖에 다녀야 뼈도 튼튼해지고, 건강하게 된다.”고 했다. 현준이는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고 외로워서 노인은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서는 백화점에 가야” 한단다.
 
성원이도 “노인들도 산책을 해야 건강이 좋아지고, 외로워서 할머니 친구를 만나야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트를 가지 않으면 먹을 게 없고, 백화점에 가지 않으면 입을 옷이 없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렇다면 운전기사의 이런 행동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잘못한 것이 없을까? 이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자. 세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태훈이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태훈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그 이유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이 질문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착한 아이인 것처럼 써서는 안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아이들의 생각을 가치판단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훌륭한 가치관을 형성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가치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있는 생각들이 생각으로만 머물지 말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도 늘 반복하는 말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런 점을 적절한 긴장을 가지고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항상 쉽지는 않다.
   
여기서 ‘용감하게 따질 거’라고 대답한 아이는 현준이 밖에 없었다. 현준이는 “아저씨, 할머니를 괴롭히지 마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하겠단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할머니가 기분이 나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원이는 태훈이처럼 가만히 있을 거란다. “왜냐하면 어른들한테 말하면 꾸짖는 소리만 듣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스에서 아저씨가 나를 쫓아낼 수도 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지훈이는 “아무 말도 안하고 버스를 (내린 후 다른 버스로) 다시 탄다. 그 버스를 타면, 계속 세게 달릴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고 대답했다.
 
앞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잘못을 지적해 주겠다는 아이나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고 대답한 아이들도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서 훌륭하다. 다만, 그들이 이런 자신에게 아무 부끄럼이 없어서는 안 되겠다. 지금은 이렇게밖에 못하지만, 용기를 길러, 언젠가는 부정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우리는 시간에 쫓겨 빨리 운전해야 하는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만약 버스에 계단이 없었다면, 이렇게 서로 곤란한 일이 생겼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계단이 없는 버스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버스라면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장애인,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어른들,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렇다면, 버스의 계단처럼 거동하기 불편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시설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이제 네 번째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노인과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시설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섯 개 이상 찾아보세요.>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지하철역에 계단이 많다. 
2) 아파트의 계단이 너무 길어 탈출하기 어렵다.
3) 지하철 문이 빨리 닫힌다. 

4) 횡단보도를 건널 시간이 짧다. 
5) 횡단보도에 장애인을 위한 버튼이 거의 없다. 
6) 지하철역에 스크린 도어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대답한 것들은 원한다고 해서 바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어린이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노인을 위해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노인을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보세요.>
 
지훈 - 휠체어 밀어드리기, 부채질 해주기, 목발집어주기, 업어드리기
현준 - 할머니가 힘들 때 안내해 드린다. 무거운 짐을 들어드린다.
성원 -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비켜드린다. 할머니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드린다. 할머니가 심하게 다치면 병원에 전화해드린다.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다. 아이들이 위에서 발표한 것들을 잊지 말고 꼭 실천했으면 좋겠다. 이런 착한 마음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믿는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68&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사용자 정의 검색


<하늘을 나는 교실> 6. 중요한 결정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의 조언에 따라서 무언가를 결정하였다고 해도, 그 결정으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자기의 몫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은 내가 내려요>라는 제목으로 중요한 결정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공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베틀·북) 중, ‘이상한 간판’이라는 글을 텍스트로 다룬다.

 

▲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 중     

생선가게를 하는 모트케는 ‘이곳에는 날마다 신선한 생선을 팝니다’라고 간판을 써서 달았다. 그 간판을 보고 여러 참견쟁이들이 한 마디씩 한다. 모트케는 참견쟁이들의 말에 따라 간판의 글씨를 계속 고치다가 결국 간판을 없애고 만다. 그때 또 다른 참견쟁이가 나타나 모트케에게 말한다. “이런, 이 가게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네요. 간판을 하나 써서 다시지 그래요?”
 
오늘은 3학년인 태준이와 아영이의 의견을 사례로 소개할 것이다. 텍스트를 함께 읽은 후, 이렇게 질문했다. <위 이야기처럼 여러분이 뭔가를 하는데, 누군가 끼어들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참견한 적은 없나요? 그때 여러분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나요?>
 
아영: 미술 시간에 곰돌이를 그리고 있는데, 곰돌이 눈이 너무 작다고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이니, 눈을 내 마음대로 그렸다. 내가 보기에는 눈이 커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해서 내가 마음에 드는 쪽으로 갈 것이다.
 
태준: 친구랑 같이 ‘쎄쎄쎄(노래에 맞춰 둘이 마주보고 손동작을 하는 놀이)’를 하다가 어떤 친구가 “너희들은 ‘쎄쎄쎄’도 못하는데 왜 하냐?”라고 말했다. 나와 친구가 동시에 그 친구를 무시하면서 “상관하지마!”라고 말하고 계속했다.
 
모두 예를 잘 찾았다. 그렇다면 <위에서 내린 결정에 만족하나요? 그 이유도 자세하게 써보세요>하고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아영이와 태준이 모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영이는 ‘내가 하는 것인데, 친구가 신경을 쓰면 더 어지럽기 때문이다. 또 내 생각에다가 남의 생각도 같이 쓰면 친구들과 비슷해져 점수를 못 얻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태준이는 ‘꼭 내가 쎄쎄쎄를 못하더라도 난 그것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그 친구의 말대로 하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단다.
 
아영이의 의견 속에는 아무리 잘 해도 친구들과 비슷해서는 안 되고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 태준이는 잘 못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앞에서 소개한 이야기에서 참견쟁이들이 문제일까요? 그들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따른 모트케가 더 문제일까요?> 
 
아영이는 참견쟁이들이 더 잘못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제시했다. “참견쟁이들이 참견만 하지 않았다면, 모트케도 힘들게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참견쟁이들이 자기 생각만 말하는 것도 잘못한 것 같다.”
 
태준이는 모트케가 더 잘못했다고 대답했다. 모트케는 참견쟁이의 말을 따라 생각없이 지우지만 말고, 다른 단어로 고쳤으면 더 나았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모트케는 개성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여기서 참견쟁이나 모트케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분명하게 가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참견쟁이들의 무수한 의견을 자신의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이 끝나면 나는 잊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참견쟁이의 잘못이 더 크다고 해도, 세상에 참견쟁이들은 너무 많아요. 앞으로 살면서 여러분이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 저렇게 하는 게 좋겠어’하고 참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럴 때마다 참견쟁이들만 탓할 수는 없겠지요? 참견쟁이의 말을 무조건 따랐다고 해서 참견쟁이가 그 결정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까지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결정의 책임은 항상 자신이 져야 합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해서 참견쟁이를 탓해본들 소용이 없어요. 
 
한편, 참견쟁이 말을 무조건 따르는 것도 문제지만, 생각도 해보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문제랍니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그러니 참견쟁이들의 말도 잘 들어보고, 자기 생각과 비교하고 고민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여러분이 모트케였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묻는다. 앞의 말을 듣고 이 질문에 참견쟁이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한명도 없었다.  여러분이라면 간판을 어떻게 쓰겠느냐는 물음도 추가했다. 아이들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아영: 잘 생각해보고 더 좋은 쪽을 선택할 것이다. 즉, 내 생각대로 바꿀 것이다. (아영이가 쓴 간판: 내 사랑 생선, 행복을 나누어주는 생선, 냠냠 맛 좋은 생선)
 
태준: 끝까지 생각해보고 내가 결정한다. 간판을 읽어보고 틀렸다고 생각한 것은 일단 지우고 내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낱말을 붙인다. (태준이가 쓴 간판: 국산 생선, 신선한 생선이기 때문에 걱정 無)
 
마지막으로 <중요한 결정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생각을 하고, 더 좋은 쪽을 생각한다.
2) 나의 느낌을 생각한다.
3) 내가 생각해 보고 결정을 내린다.
4)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고 잘 고른다.
5) 최대한 이익이 되게 결정을 내린다.

 
앞으로 아이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정의 순간을 수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주저앉지 말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된 길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 그 길을 거침없이 내디딜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36&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사용자 정의 검색


<하늘을 나는 교실> 5. 우리가 다 컸다는 걸 어른들께 보여드려요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은 초등 1, 2학년의 아주 어린 아이들과만 해왔다. 큰 아이들에게 이 공부는 유치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한 학부모와 통화 중에, “우리 아이가 너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서 안타까워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독립심>과 관련한 공부를 몇 차례 해보겠습니다. 그것이 아이가 생활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했다. 그리고 5학년인 세영, 형철, 광진, 지원이와 <나는 다 컸어요!>를 공부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스스로 못하고 엄마가 챙겨주어야만 하는 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아이들은 자기 방 정리, 교과 공부, 가방 챙기기, 숙제하기, 컴퓨터 시간조절, 시험기간에 공부하기 등을 발표했다. ‘자기 방 정리와 청소’를 네 아이 모두 고른 것이 눈에 띈다. 또 대부분 공부나 학교생활에 관련된 것을 스스로 못한다고 했다. 그건 꼭 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다, 어른들이 공부와 관련해 아이들 스스로 챙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이어서 <그것들 가운데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건 없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도 써 봅시다> 라고 질문했다.
 
이 물음에 세영이는 ‘교과 공부’를 골랐다. 그러면서 공부는 누가 머릿속에 지식을 저장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학습하여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하면 성적도 오르고 성취감도 생긴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형철이와 지원이는 ‘숙제하기’를 골랐다. 모두 자신이 스스로 해야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더해가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엄마로부터 잔소리를 안 들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고 덧붙였다.
 
광진이는 ‘시험기간에 공부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유를 제시했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시킬 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너무 늦어) 공부를 별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해) 공부를 (시작)하면 더욱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다.
 
위의 밑줄 친 문장들은 광진이가 발표한 걸 그대로 적은 것이다. 괄호는 내가 보충한 것인데, 이런 단어가 보충되면 전달하려는 내용이 더욱 분명해진다. 의견을 쓰고 나서 아이들 스스로 검토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읽으면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잘 표현되었나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눈에 띄는 몇몇 단어만 수정, 또는 보충해도 의미가 더 분명해지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넘어가자. <이런 것들을 스스로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결의 실마리도 찾아봅시다.>
 
세영이가 ‘교과 공부’를 스스로 못하는 것은, 자기가 방 정리를 하지 않아 문제집을 어디에 두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방 정리를 잘 못하는 원인으로는 끈기가 없어 방 정리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걸 꼽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결책을 내왔다. “모든 일을 할 땐 끈기 있게 한다. 일주일씩, 이주일씩, 한 달씩 이렇게 조금씩 기간을 늘려서 끈기를 키우며 방 정리를 열심히 한다.”
 
형철이는 너무 놀려고만 해서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거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쉬는 시간 틈틈이 숙제를 하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원이도 형철이처럼 ‘숙제하기’를 골랐는데, 숙제를 잘 못하는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았다. 그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서’ 숙제를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방 밖에 두고 방에서 숙제를 다 할 때까지 (스스로를) 못나오게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광진이가 시험 기간에 공부를 스스로 못하는 것은 TV를 많이 보고 논 것이 원인이란다. 그는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보다는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또 공부할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놀지 않고 과목마다 시험지 5장식 풀어야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네 어린이 모두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들의 원인과 해결책을 잘 찾았다. 나는 이때 아이들에게 다음 말을 잊지 않고 해준다.
 
<지금 생각한 걸 공부로만 끝내지 말고, 여러분이 제시한 해결책에 맞춰 꼭 해보세요. 그렇게 해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잘 찾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해결책을 잘못 제시했다고 포기해서는 안돼요. “어, 이게 아니었네!”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다시 시도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좋은 해결방법을 꼭 찾게 될 거예요.>
 
이제, 네 번째 문제다. <여러분은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여러분을 아직도 작은 어린이로 취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과연 언제인가요?> 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TV에서 15세나 17세 표시가 나오면 보지 말라고 하실 때
2)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넌 들어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실 때, 또는 내가 물어보면 ‘넌 몰라도 돼’ 하실 때
3) 아빠와 캐치볼이나 공놀이를 할 때, 어리다며 약한 수준으로 공을 주신다.
4) 엄마가 나 혼자 내 일을 할 수 있는데 ‘책가방 싸!’, ‘공부해!’ 하며 계속 챙기신다.
5) 옷은 혼자 입을 수 있는데, 계속 엄마가 챙겨주신다.
6) 혼자 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 계속 말해 주신다.
7) 약속장소를 까먹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알려주신다.
8) 멀리 가셨거나 늦게 오실 때 알아서 잘 수 있는데, 전화하셔서 자라고 하신다.

 
아이들의 발표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아이의 순진함이 느껴지는 의견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그렇다면, 그런 어른들에게 여러분이 다 컸다는 걸 어떻게 보여드리겠습니까? 위에서 제시한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예를 들어 자세하게 써 보세요.>
 
세영이는 ‘TV에서 15세나 17세 표시가 나오면 보지 말라고 하실 때’를 골랐다. 그리고 ‘방 정리, 숙제, 등을 내가 스스로 한다면 부모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다 컸구나 하고 느끼시면서 보게 해 주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형철이는 ‘아빠와 캐치볼이나 공놀이를 할 때, 어리다며 약한 수준으로 공을 주신다’를 골랐다. 그런 아빠한테 형철이는 강력한 슛을 날려드려 자기가 다 컸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 광진이는 ‘혼자 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 계속 말해 주신다’를 선택했다. 시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해 드린다고 대답했다.
 
지원이는 ‘약속장소를 까먹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알려 주신다’를 골랐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덧붙였다. “약속장소를 정한 뒤 다시 알려주지 말라고 한다. 까먹었을 때는 내가 전화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겠다고 말씀드린다.”
 
고학년생들과 <나는 다 컸어요!>를 공부해 보니, 어린 꼬마들과는 또 다른 아이들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내게도 신선했다. 함께 공부한 아이들도 이런 걸 고민해 본 것이 도움이 되는 눈치다. 앞으로는 학년에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들과 이 공부를 해야겠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26&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사용자 정의 검색


<하늘을 나는 교실> 3. <바바야가 할머니>를 중심으로
 
▲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오늘은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자. 편견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쁘게 생각하거나,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어른들 중에는 편견에 젖어 거짓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른들 틈에서 편견에 젖은 어른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그대로 내면화하는 어린이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편견에 물들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제로 아이들과 공부하고 있다.

 
나는 이 공부를 위해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시공주니어)를 텍스트로 골랐다. 바바야가는 아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상냥한 마녀다. 그러나 바바야가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아기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마녀로 소문나 있었다.
 
6학년인 형진, 찬이, 해빈이의 의견을 예로 뽑았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이 아주 좋아서, 될수록 발표한 원문을 그대로 싣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으로 <바바야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괴로워했습니다. 여러분이 바바야가였다면 어떤 마음이었겠습니까?> 물었다.
 
물론, 기분 좋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없다. 이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형진이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를 욕하는 건 너무 짜증날 것 같다고 했다. 해빈이 역시 바바야가 할머니처럼 괴롭고 억울했을 것이라면서, 자기 같으면 너무 억울해서 마을 사람들을 해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 <이 동화 속의 사람들처럼 누군가의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린 적은 없었나요?> 각자의 경험을 발표해보도록 했다.
 
*찬이: 우리 학교에 박지환이라는 애가 전학을 왔다. 내가 학원친구한테 물어보았더니, 박지환은 전 학교에서 왕따였고 성격도 더럽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사귀어보니 좋은 아이였다.
 
*형진: 쉬는 시간에 남자애들이 모여서 수군거렸다. 우리 반의 어떤 남자애가 장애인이고 그 아이는 정신이 10년 동안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에게 소문을 많이 냈다. 다음날 쉬는 시간에 그 아이에게 가서 물어보았더니, 작년에 시험을 너무 잘 봤다고 했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해빈: 엄마가 어느 애하고 놀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가서 말을 걸어보니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엄마 몰래 같이 놀았던 적이 있다.
 
해빈이 의견에서는 어머니가 왜 그 아이와 놀지 말라고 했는지 이유가 소개되어야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 몰래 노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어머니께 그 아이가 어머니가 아는 것과는 다른 아이라는 것도 알려드린다면 더 좋겠다.
 
아이들의 의견처럼,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분명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은 또래들 사이에도 존재하고, 어른들을 통해서도 주입된다는 걸 해빈이의 의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문제는, 이렇게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편견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동화에서처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쁘게,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이때 예를 간단하게 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집의 아이들은 공부를 못해!’와, ‘부모가 교사인 집의 아이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가 바르다’를 예로 제시했다. 예문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말해주면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주면 아이들이 쉽게 자기 생각을 발표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얼굴 잘생긴 애들은 잘난 척을 한다.
2) 막내는 누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3) 집안일을 여자가 해야 한다.
4) 초등학생이라고 (혼자) 시내나 바깥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
5) 엄친아는 싸가지가 없다.

 
사실 4)번의 의견은 편견의 예로는 적당하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편견의 예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답을 정확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 예를 생각해본다면, 살면서 편견인지 아닌지를 더 잘 구분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한편, 이 동화에서 마을사람들은 결국 바바야가는 마음씨 좋은 마녀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한 할머니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야! 마음으로 느껴야 해!”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네 번째 질문이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마음가짐은 중요한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발표해 봅시다.>

 
*찬이: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 말고 속마음을 보고 판단해라. (이 생각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외모가 이상하다고 해도 속마음은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진: 사람은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 등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중요한 생각이다.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면 중요한 인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빈: 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는 것은 나쁘다. (중요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남을 잘 모르고서 욕을 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좀 창피하다.)
 
난 이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른들이 하는 말 속에도 편견에 물든 생각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그러니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무조건 옳다고 따르기보다, 그것이 좋은 생각인지 아닌지 여러분이 스스로 잘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섣불리 판단을 내렸다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특히, 직접 사귀어보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어! 그랬다가는 좋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우리는 어떤 마음자세가 필요할까요?>
 
이것이 마지막 문제다. 아이들은 이 질문에도 대답을 척척 잘한다.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그 사람의 능력
2)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3) 예의가 있는가?
4) 봉사정신이 좋은가?
5) 속마음이 좋은가?
6) 어울리는 친구들
7) 선생님한테 많이 혼나는지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다. 남들이 하는 편견어린 말을 듣고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을 가지고 평가를 내리고,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이 배웠길 바란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09&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사용자 정의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