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교실>7. 어린이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게임기
 
학교 앞 문구점이나 동네 마트에는 어린이를 위한 게임기들이 많다. 그 게임기들 가운데 ‘카지노 게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오늘은 이 게임기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런 카지노 게임기가 아이들의 사행심을 키우지는 않는지 우려하는 마음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공부를 위해서는 6학년인 해빈, 찬이, 형진, 원석이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여러분은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에 설치되어 있는 ‘어린이 카지노 게임기’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이 게임기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면 전광판이 돌아가다 멈추는데, 그때 멈춘 곳의 숫자만큼 기계에서는 돈이 나온다는군요! 처음에는 문구점에서 물건과 바꿀 수 있는 쿠폰이 나왔지만, 점점 호응이 줄어들자 돈을 나오게 했더니 어린이들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위 글은 오늘 공부의 텍스트이다. 이 텍스트는 몇 해 전 TV 뉴스의 한 보도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텍스트를 읽고, 첫 문제로는 <여러분도 이런 게임기를 보거나 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그 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를 물었다.
 
형진이는 “작년에 000마트에서 이런 것과 비슷한 게임을 해보았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했는데, 점점 재미가 있어져서 계속 하게 되었다.”고 자기 경험을 발표했다.
 
원석이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이런 게임기가 있으면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만약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는데, 500원밖에 없다면 그걸 기계에 넣고 이겨서 돈을 많이 따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만약 못 따고 실패해서 돈을 잃는다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욕망에 계속하게 될 수도 있어, 이 게임기는 안 좋은 것 같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이 게임기가 어린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써 보세요.>
 
이 질문에 찬이는 “그 게임을 하면 돈을 많이 잃고 중독이 되어서 나중에는 아주 큰돈을 낭비할 수도 있다. 게임을 하면 재미있고 돈이 나오니깐 중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해빈이도 “그 게임을 하게 된다면 자꾸 하고 싶어져서 중독이 되고, 도박을 하면서 나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건강도 안 좋아지면서 정신까지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또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된다” 고 썼다.
 
아이들은 이런 카지노 게임기가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또 돈을 딸 가능성보다 잃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기 외에,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여러 가지 게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하는 게임들 가운데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되는 게임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할 것이다.
 
<주변에서 어린이를 위한 게임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게임기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세 가지 이상 찾아보세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써 봅시다.>
 
아이들이 발표한 다양한 게임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M온라인 게임: 싸우는 것이 많이 나온다. 애들이 싸움을 배울 수 있다.
2) G온라인 게임: 사람을 때리고 아이템과 액서서리를 써서 죽이는 것이다. 피는 나오지 않지만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때릴 수 있다.
3) 여드름 짜기: 아이들이 여드름이 났을 때, 여드름을 짜게 해 얼굴에 상처를 남겨 흉터가 생길 수 있다.
4) 인형뽑기: 돈은 싸지만 인형을 뽑지 못하면 10번, 20번 계속 하게 된다.
5) 게임해서 이기면 땅콩초콜릿이 나오는 게임: 오래된 땅콩초콜릿을 넣어 아이들을 식중독에 걸리게 하고 땅콩을 얻기 위해 계속 하게 된다.

 
넷째로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한 게임기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 보라고 했다.
 
해빈이는 ‘폭력적이지 않은지, 돈을 많이 낭비하지는 않는지, 나이에 맞는 게임인지, 더러운 장면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찬이도 ‘폭력이 나오는가, 음란물인가, 도박성이 있는가, 중독성이 있는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으로 꼽았다.
 
마지막 문제는 카지노 게임기에 대한 아이들의 입장을 정리해볼 수 있도록 간단한 논설문을 쓰게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각자의 입장을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해도 될 것 같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오늘 공부한 내용을 종합해서 ‘어린이 카지노 게임기’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을 논설문으로 써 봅시다.>
 
형진이는 <어린이의 도박!>이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그 앞에 ‘카지노 게임은’이라는 말을 붙여, <카지노 게임은 어린이의 도박!>이라고 썼으면 더 분명했겠다 싶다. 형진이의 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는 카지노 게임 같은 게임이 인기를 몰고 있다. 이 게임으로 여러 어린이들이 정신적으로 피해를 받기 때문에 이 글을 썼다.
  
첫 번째로 돈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 게임을 하면 중독성으로 돈을 아무렇게 날리고 계속 하기 때문에 (돈의) 가치를 아예 없앤다.


두 번째로 이 게임에 중독되어 공부를 할 때나 무엇을 할 때, 항상 이 게임만 생각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본래 어른들도 중독되면 쉽게 나올 수 없는데, 어린이들은 더욱 더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게 뻔하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게임을 만들려면 어린이들에게 이익이 가고 공부나 심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비교육적인 게임기들을 만드는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저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인격과 정서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게임기를 만드는 어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이런 점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며 다음의 말로 수업을 마무리 짓곤 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는 건 무엇인지도 곰곰이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한 게임을 만들어 주셨으면 참 좋겠네요. 무엇보다 여러분이 나쁜 게임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른들은 이런 게임을 만들지 않겠죠! 그러니 우리부터 마음을 바꿔보기로 해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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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6. 중요한 결정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의 조언에 따라서 무언가를 결정하였다고 해도, 그 결정으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자기의 몫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은 내가 내려요>라는 제목으로 중요한 결정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공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베틀·북) 중, ‘이상한 간판’이라는 글을 텍스트로 다룬다.

 

▲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 중     

생선가게를 하는 모트케는 ‘이곳에는 날마다 신선한 생선을 팝니다’라고 간판을 써서 달았다. 그 간판을 보고 여러 참견쟁이들이 한 마디씩 한다. 모트케는 참견쟁이들의 말에 따라 간판의 글씨를 계속 고치다가 결국 간판을 없애고 만다. 그때 또 다른 참견쟁이가 나타나 모트케에게 말한다. “이런, 이 가게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네요. 간판을 하나 써서 다시지 그래요?”
 
오늘은 3학년인 태준이와 아영이의 의견을 사례로 소개할 것이다. 텍스트를 함께 읽은 후, 이렇게 질문했다. <위 이야기처럼 여러분이 뭔가를 하는데, 누군가 끼어들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참견한 적은 없나요? 그때 여러분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나요?>
 
아영: 미술 시간에 곰돌이를 그리고 있는데, 곰돌이 눈이 너무 작다고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이니, 눈을 내 마음대로 그렸다. 내가 보기에는 눈이 커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해서 내가 마음에 드는 쪽으로 갈 것이다.
 
태준: 친구랑 같이 ‘쎄쎄쎄(노래에 맞춰 둘이 마주보고 손동작을 하는 놀이)’를 하다가 어떤 친구가 “너희들은 ‘쎄쎄쎄’도 못하는데 왜 하냐?”라고 말했다. 나와 친구가 동시에 그 친구를 무시하면서 “상관하지마!”라고 말하고 계속했다.
 
모두 예를 잘 찾았다. 그렇다면 <위에서 내린 결정에 만족하나요? 그 이유도 자세하게 써보세요>하고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아영이와 태준이 모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영이는 ‘내가 하는 것인데, 친구가 신경을 쓰면 더 어지럽기 때문이다. 또 내 생각에다가 남의 생각도 같이 쓰면 친구들과 비슷해져 점수를 못 얻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태준이는 ‘꼭 내가 쎄쎄쎄를 못하더라도 난 그것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그 친구의 말대로 하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단다.
 
아영이의 의견 속에는 아무리 잘 해도 친구들과 비슷해서는 안 되고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 태준이는 잘 못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앞에서 소개한 이야기에서 참견쟁이들이 문제일까요? 그들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따른 모트케가 더 문제일까요?> 
 
아영이는 참견쟁이들이 더 잘못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제시했다. “참견쟁이들이 참견만 하지 않았다면, 모트케도 힘들게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참견쟁이들이 자기 생각만 말하는 것도 잘못한 것 같다.”
 
태준이는 모트케가 더 잘못했다고 대답했다. 모트케는 참견쟁이의 말을 따라 생각없이 지우지만 말고, 다른 단어로 고쳤으면 더 나았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모트케는 개성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여기서 참견쟁이나 모트케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분명하게 가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참견쟁이들의 무수한 의견을 자신의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이 끝나면 나는 잊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참견쟁이의 잘못이 더 크다고 해도, 세상에 참견쟁이들은 너무 많아요. 앞으로 살면서 여러분이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 저렇게 하는 게 좋겠어’하고 참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럴 때마다 참견쟁이들만 탓할 수는 없겠지요? 참견쟁이의 말을 무조건 따랐다고 해서 참견쟁이가 그 결정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까지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결정의 책임은 항상 자신이 져야 합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해서 참견쟁이를 탓해본들 소용이 없어요. 
 
한편, 참견쟁이 말을 무조건 따르는 것도 문제지만, 생각도 해보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문제랍니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그러니 참견쟁이들의 말도 잘 들어보고, 자기 생각과 비교하고 고민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여러분이 모트케였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묻는다. 앞의 말을 듣고 이 질문에 참견쟁이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한명도 없었다.  여러분이라면 간판을 어떻게 쓰겠느냐는 물음도 추가했다. 아이들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아영: 잘 생각해보고 더 좋은 쪽을 선택할 것이다. 즉, 내 생각대로 바꿀 것이다. (아영이가 쓴 간판: 내 사랑 생선, 행복을 나누어주는 생선, 냠냠 맛 좋은 생선)
 
태준: 끝까지 생각해보고 내가 결정한다. 간판을 읽어보고 틀렸다고 생각한 것은 일단 지우고 내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낱말을 붙인다. (태준이가 쓴 간판: 국산 생선, 신선한 생선이기 때문에 걱정 無)
 
마지막으로 <중요한 결정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생각을 하고, 더 좋은 쪽을 생각한다.
2) 나의 느낌을 생각한다.
3) 내가 생각해 보고 결정을 내린다.
4)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고 잘 고른다.
5) 최대한 이익이 되게 결정을 내린다.

 
앞으로 아이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정의 순간을 수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주저앉지 말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된 길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 그 길을 거침없이 내디딜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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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5. 우리가 다 컸다는 걸 어른들께 보여드려요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은 초등 1, 2학년의 아주 어린 아이들과만 해왔다. 큰 아이들에게 이 공부는 유치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한 학부모와 통화 중에, “우리 아이가 너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서 안타까워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독립심>과 관련한 공부를 몇 차례 해보겠습니다. 그것이 아이가 생활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했다. 그리고 5학년인 세영, 형철, 광진, 지원이와 <나는 다 컸어요!>를 공부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스스로 못하고 엄마가 챙겨주어야만 하는 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아이들은 자기 방 정리, 교과 공부, 가방 챙기기, 숙제하기, 컴퓨터 시간조절, 시험기간에 공부하기 등을 발표했다. ‘자기 방 정리와 청소’를 네 아이 모두 고른 것이 눈에 띈다. 또 대부분 공부나 학교생활에 관련된 것을 스스로 못한다고 했다. 그건 꼭 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다, 어른들이 공부와 관련해 아이들 스스로 챙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이어서 <그것들 가운데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건 없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도 써 봅시다> 라고 질문했다.
 
이 물음에 세영이는 ‘교과 공부’를 골랐다. 그러면서 공부는 누가 머릿속에 지식을 저장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학습하여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하면 성적도 오르고 성취감도 생긴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형철이와 지원이는 ‘숙제하기’를 골랐다. 모두 자신이 스스로 해야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더해가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엄마로부터 잔소리를 안 들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고 덧붙였다.
 
광진이는 ‘시험기간에 공부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유를 제시했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시킬 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너무 늦어) 공부를 별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해) 공부를 (시작)하면 더욱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다.
 
위의 밑줄 친 문장들은 광진이가 발표한 걸 그대로 적은 것이다. 괄호는 내가 보충한 것인데, 이런 단어가 보충되면 전달하려는 내용이 더욱 분명해진다. 의견을 쓰고 나서 아이들 스스로 검토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읽으면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잘 표현되었나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눈에 띄는 몇몇 단어만 수정, 또는 보충해도 의미가 더 분명해지는 걸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넘어가자. <이런 것들을 스스로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결의 실마리도 찾아봅시다.>
 
세영이가 ‘교과 공부’를 스스로 못하는 것은, 자기가 방 정리를 하지 않아 문제집을 어디에 두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방 정리를 잘 못하는 원인으로는 끈기가 없어 방 정리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걸 꼽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결책을 내왔다. “모든 일을 할 땐 끈기 있게 한다. 일주일씩, 이주일씩, 한 달씩 이렇게 조금씩 기간을 늘려서 끈기를 키우며 방 정리를 열심히 한다.”
 
형철이는 너무 놀려고만 해서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거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쉬는 시간 틈틈이 숙제를 하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원이도 형철이처럼 ‘숙제하기’를 골랐는데, 숙제를 잘 못하는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았다. 그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서’ 숙제를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방 밖에 두고 방에서 숙제를 다 할 때까지 (스스로를) 못나오게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광진이가 시험 기간에 공부를 스스로 못하는 것은 TV를 많이 보고 논 것이 원인이란다. 그는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보다는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또 공부할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놀지 않고 과목마다 시험지 5장식 풀어야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네 어린이 모두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들의 원인과 해결책을 잘 찾았다. 나는 이때 아이들에게 다음 말을 잊지 않고 해준다.
 
<지금 생각한 걸 공부로만 끝내지 말고, 여러분이 제시한 해결책에 맞춰 꼭 해보세요. 그렇게 해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잘 찾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해결책을 잘못 제시했다고 포기해서는 안돼요. “어, 이게 아니었네!”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다시 시도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좋은 해결방법을 꼭 찾게 될 거예요.>
 
이제, 네 번째 문제다. <여러분은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여러분을 아직도 작은 어린이로 취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과연 언제인가요?> 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TV에서 15세나 17세 표시가 나오면 보지 말라고 하실 때
2)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넌 들어가서 애들이랑 놀라’고 하실 때, 또는 내가 물어보면 ‘넌 몰라도 돼’ 하실 때
3) 아빠와 캐치볼이나 공놀이를 할 때, 어리다며 약한 수준으로 공을 주신다.
4) 엄마가 나 혼자 내 일을 할 수 있는데 ‘책가방 싸!’, ‘공부해!’ 하며 계속 챙기신다.
5) 옷은 혼자 입을 수 있는데, 계속 엄마가 챙겨주신다.
6) 혼자 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 계속 말해 주신다.
7) 약속장소를 까먹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알려주신다.
8) 멀리 가셨거나 늦게 오실 때 알아서 잘 수 있는데, 전화하셔서 자라고 하신다.

 
아이들의 발표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아이의 순진함이 느껴지는 의견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그렇다면, 그런 어른들에게 여러분이 다 컸다는 걸 어떻게 보여드리겠습니까? 위에서 제시한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예를 들어 자세하게 써 보세요.>
 
세영이는 ‘TV에서 15세나 17세 표시가 나오면 보지 말라고 하실 때’를 골랐다. 그리고 ‘방 정리, 숙제, 등을 내가 스스로 한다면 부모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다 컸구나 하고 느끼시면서 보게 해 주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형철이는 ‘아빠와 캐치볼이나 공놀이를 할 때, 어리다며 약한 수준으로 공을 주신다’를 골랐다. 그런 아빠한테 형철이는 강력한 슛을 날려드려 자기가 다 컸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 광진이는 ‘혼자 시간을 지킬 수 있는데, 계속 말해 주신다’를 선택했다. 시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해 드린다고 대답했다.
 
지원이는 ‘약속장소를 까먹지도 않았는데, 다시 전화해서 장소를 알려 주신다’를 골랐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덧붙였다. “약속장소를 정한 뒤 다시 알려주지 말라고 한다. 까먹었을 때는 내가 전화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겠다고 말씀드린다.”
 
고학년생들과 <나는 다 컸어요!>를 공부해 보니, 어린 꼬마들과는 또 다른 아이들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내게도 신선했다. 함께 공부한 아이들도 이런 걸 고민해 본 것이 도움이 되는 눈치다. 앞으로는 학년에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들과 이 공부를 해야겠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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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2.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야!
 
이번 시간에는 지난번보다 좀더 어려운 것을 공부해 보자. 오늘은 ‘개입’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할 것이다. 자기는 상관없지만, 어떤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끼어들어 잘잘못을 가려주는 것을 ‘개입’이라고 한다. 다음에 제시된 글은 승민(초등 3학년)이라는 아이가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만든 예문이다.
 
<승민이의 학교에는 토끼가 있습니다. 토끼들이 풀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승민이와 친구들은 토끼에게 풀을 자주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승민이는 친구들과 함께 토끼에게 풀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 한 남학생이 토끼장에 손을 넣어 “토끼야, 이리와!”하며 친근한 태도로 토끼를 불렀습니다. 토끼 한 마리가 상냥하게 자기를 부르는 소년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그 소년은 토끼가 가까이 오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손바닥으로 토끼의 뺨을 세게 ‘팍!’ 쳤습니다. 그렇게 뺨을 맞은 토끼는 질겁해서 도망을 쳤고, 소년은 “하하하!!” 매우 즐겁게 웃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승민이는 “왜 토끼를 괴롭히는 거니?”하고 그 소년에게 따졌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네가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야!”하며 도리어 큰 소리를 쳤습니다.>
 
아이들과 이 예문을 읽은 후, 첫 번째로 <가만히 있는 토끼에게 상냥하게 접근해서는, 막상 토끼가 안심하고 다가오자 그를 때린 소년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했다. 물론, 이 질문에 소년이 잘했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하나도 없다. 5학년인 광진, 세영, 지원, 형철이도 하나같이 소년의 행동은 좋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들이 거론한 이유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것은 토끼도 사람처럼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 또 입장 바꿔 소년이 그 토끼였다면 기분이 어땠을까를 되물으며 생각을 펼쳤다. 충분히 좋은 의견이었지만, 모두 비슷한 이유를 든 것은 개성이 부족해 보여 안타까움이 있다.
 
이제 두 번째로 승민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못된 짓을 하는 소년을 옆에서 바라보던 승민이는 용기 있게 소년에게 그가 한 짓이 옳지 않다고 지적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착한 어린이가 된 것처럼 대답하지 말고, 여러분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관심 있는 것은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이지, 착한 아이의 생각은 아니다.
 
이에 대해 광진이는 “그 소년이 내 친구라면 승민이처럼 따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행동은 확실히 잘못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소년에게 지적해주면 앞으로는 이런 나쁜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의견에 나는 “그럼, 친구가 아니라면 따지지 않을 거니?” 물었다. 광진이는 조금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대답을 흐렸다. 광진이에게 친구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 건지가 추가되면 좋았겠다고 평가를 해 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지원이는 분명하게 잘 표현했다. 지원이는 “일단 따진다. 그리고 그 소년이 나이가 어리면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야단치고 나이가 많으면 부드럽게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은 거의 다 욕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형철이는 1-6학년까지라도 다 따지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1-4학년은 교장실로 끌고 가고, 5-6학년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 주위 어른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왜냐하면 살이 많은 우리가 뺨을 맞아도 아프다. 근데 살이 인간보다 적은 토끼가 맞으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러므로 난 지적해 주고 반항하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밑줄 친 부분은 첫 번째 질문의 대답으로 더 좋았겠다. 형철이에게는 나쁜 행동을 한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해 주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제시해야 더 적확한 대답이 된다는 말을 해 주었다.
 
한편, <승민이의 지적에 소년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대응했습니다. 소년의 이런 태도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고 물었다. 이 질문에서는 남이 자기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도 네 아이들 모두 ‘자기의 잘못을 잘 생각해보고 뉘우쳐야 하는데, 도리어 더 크게 화를 낸 것은 잘못한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예로, 세영이는 이렇게 말했다. “잘못했다. 왜냐하면 소년에게 잘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승민이에게 따졌기 때문이다. 잘못을 지적하면 지적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화를 냈다. 지적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잘못한 점을 알고 고칠 수 있다.”
 
위의 밑줄 친 부분은 문제에서 이미 제시된 것이어서, 결국 중언부언이 되고 말았다. 세영이에게는 질문이나 텍스트의 내용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이유를 펼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승민이가 소년에게 잘못을 지적해 준 것이 바로 ‘개입’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싸울 때 선생님이 등장해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나 동생과 다툴 때, 어머니께서 혼내주시는 것도 모두 개입이다. 이처럼 개입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개입의 예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찾아볼까요?>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부모님께서)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지적할 때
2) 친구의 의견이 부족할 때, 보충해 주는 것
3) 내가 친구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컴퓨터 그만 하라고 할 때
4) 친구와 내가 문자를 하고 있는데, 형이 끼어드는 것

 
이제 마지막 문제다. <좀더 좋은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남의 일에 ‘개입’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까?>하고 물었다.
 
광진, 지원, 형철이는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 어린이들은 “잘못하고 있을 때, 지적 받아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을 고쳐야 사회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가 일을 저질렀는데 아무도 지적을 안 하면 그 사람은 그 짓을 계속할 것이다. 또 그런 것이 크게 되어 (문화재를 불태우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등)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영이는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 안 하기도 하다고 했는데, “남이 나쁜 행동이나 단점을 지적해 줄 때는 필요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친구가 어떤 생각을 말했을 때 ‘그건 아니야’ 라고 말했다가 그 친구가 기분이 나빠져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면, 좋은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이 묻힐 수도 있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자칫 개입이 다양성을 해치는 방향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어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개입은 나쁜 행동을 지적해주는 것 외에 나쁜 짓을 거드는 것도 포함한다. 한 예로 나쁜 학생과 한 패가 되어 함께 약한 학생을 왕따시키는 것도 개입이다. 그래서 내가 어떤 개입을 하는가에 따라 좋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결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걸 아이들이 꼭 기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306&section=&section2=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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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1. 느릿느릿 사는 삶을 생각합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의 첫 칼럼으로 무엇을 할까, 참 많이 생각했다. 첫 칼럼이니만큼 내가  가르치는 것이 전형적으로 드러나면서도, 많은 아이들이 참여해 볼 수 있도록 쉬운 걸 선택했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우리, 여유를 가지고 살아요>를 소개할까 한다. 나는 이 공부를 통해, ‘경쟁적이고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벗어나 좀 더 천천히 느리게 살면 안될까’를 아이들과 생각해 보고 싶었다.
 
요즘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쉴 시간이 없다. 공부! 공부하는 어른들에 밀려 학교로 학원으로, 쉴 틈 없는 것이 아이들의 현실이다. 내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여유를 가지고 살아요>를 통해,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실존적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오늘은 3학년인 현준, 지훈, 성원이의 의견을 소개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과 조금은 다른 입장에서 개성 있는 의견을 발표한 지영이의 생각을 곁들일까 한다. 

▲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가요> (달리)

이 공부의 텍스트로는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가요>(달리)를 골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헨리는 걸어서 여행을 간다. 그러나 그의 친구는 일을 해 돈을 벌어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그리고 누가 더 빨리 가나 내기를 한다.
 
나는 먼저,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는 걸 택했는데, 이 방법은 어떤 점에서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이 질문의 대답들 가운데 운동이 되어 몸이 튼튼해진다,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맛있는 걸 따먹을 수 있다, 신기한 동물이나 식물을 볼 수 있다, 등은 많은 어린이들이 발표하는 평범한 의견이다.
 
이에 비해 현준이의 ‘좋은 자리에서 소풍을 할 수 있다’나 ‘나무 밑에서 잘 수 있다’, 또 지훈이의 ‘새로운 걸 발견한다’는 그들의 개성이 비교적 잘 반영되어 있는 의견이다.


이제, <헨리의 친구처럼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기차를 타고 가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생각해 볼 차례다. 역시 이에 대해서도 빨리 갈 수 있다, 잠을 자면서 갈 수 있다, 기차에서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다, 앉아서 편안하게 갈 수 있다 등은 많은 아이들이 발표하는 것들이다. 이것들 외에, 현준이의 ‘조용하게 갈 수 있다’(현준이는 기차 안은 조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나 지훈이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갈 수 있다’는 의견은 비교적 참신하다.
 
각각의 장점들을 생각해보았다면, 이제 둘 중 어떤 선택이 마음에 드는지 결정할 차례다. 이 대목에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이처럼 양면 모두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다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될 거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양면 모두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이런 식으로 가끔 연습을 시키고 있다.
 
한편, 누구의 선택이 더 마음에 드는지 묻는 질문에 현준이는 헨리 친구의 선택을 골랐다. 기차를 타면 편안하고 조용하게 갈 수 있고, 걸어가면 다리가 아프고 지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다. 지훈이도 기차를 타고 가겠단다. 기차를 타면 빨리 갈 수 있고, 새로운 걸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들과 반대로 성원이는 헨리의 선택이 더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다. 걸어가면 몸이 튼튼해지고 건강해지기 때문이라는데, 이 이유는 너무 평범해 좀더 개성 있는 이유를 생각해냈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다.
 
이제 좀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가져볼 것이다. 헨리는 친구와 내기를 했지만, 내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꽃을 따 책 속에 꽂고, 딸기를 따먹고, 그것도 모자라 친구에게 줄 딸기까지 따느라고 내기에 지고 만다. “기차를 타고 오는 게 빨랐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헨리는 천연덕스럽게 “나도 알아. 난 딸기를 따느냐고 늦었어.” 하며, 친구에게 딸기 바구니를 내민다.
 
만약, 헨리가 꽃을 따지 않았다면, 또는 딸기를 따지 않았다면, 내기에 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친구와의 내기에 신경 쓰지 않은 헨리가 여러분은 마음에 듭니까?>
 

▲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가요> (달리)
이에 대해 성원이와 현준이는 친구에게 딸기를 따다주려는 착한 마음을 거론하며 헨리의 행동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내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친구에게 먹을 것을 따 주는 게 잘 했다고 했는데, 이런 이유를 들어 헨리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은 참 많다.
 
지훈이 역시 잘했다고 하면서 매우 개성 있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헨리가 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재미있는 것이 많고 신기한 게 많아서 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공부보다는 재미있는 것에 늘 관심이 많은 지훈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이 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듣고 싶은 대답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과 이 공부를 했지만, 내기보다 재미있는 걸 하는 것의 가치를 거론한 사람은 지훈이가 유일했다.
 
이 세 어린이들과 반대로 지영이는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영이는 ‘기다리는 친구에게 실례가 되고, 남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헨리는 내기를 신경 쓰지 않고 딴 짓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써서 지영이의 생각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이 문제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에게 꼭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도 이미 헨리처럼 내기 중인지도 모릅니다. 초등학생이 됨과 동시에 누가 더 공부를 잘 하나, 누가 더 좋은 대학에 가나, 또 누가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나, 등등. 이미 여러분은 이런 경주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경주에서 뒤처지지 않고 성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너무 경주에만 신경 쓰면 중요한 어린 시절이 추억도 없이 지나가서 안타깝지 않을까요? 나중에 헨리가 여행 중 꽃을 꽂았던 책을 읽다가 우연히 그때 꽂아 놓은 꽃을 발견한다면, “아, 그 꽃!”하며 반가움을 느끼겠죠. 또 “그때 먹었던 딸기는 정말 꿀맛이었지!”하며, 두고두고 그때 딸기 딴 것을 추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 우리도 너무 공부만 하지 않고 또 어떤 것을 하며 어린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것이다. 그러면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행복하게 추억할만한 재미난 것들을 많이많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이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여행가기, 수영하기, 컴퓨터 많이 하기, 친구랑 놀기, 산에 가기, 놀이동산 가기, 만화책보기, 요리를 해서 가족에게 나누어주기, 노래 대회 나가기 등등. 그만하라고 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듯 아이들은 그들의 소망을 펼쳐놓는다.
 
삶을 여유롭게 천천히 살려고 노력했던 헨리의 모습 속에 우리를 비춰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아이들과 생각해 보는 것이 즐거웠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공부만 하지 말고 더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래 <일다> 지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296&section=sc7&section2=%C3%A5/%B9%AE%C7%D0




Posted by 고마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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